육아생각 끄적끄적/애둘육아일지

눈물의 호떡 이야기

우호형제맘 2024. 11. 28.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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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하원 시간, 유치원 운동장에는 눈이 아직 녹지 않았다. 

하원하러 나오려는 데 아이 같은반 친구 둘이 놀고 있었다. 

우리 아이도 자연스레 눈 놀이에 합류했다. 

 

태권도에 갈 때에는 차량을 항상 이용했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인가 아이가 태권도에 가는 차량 탑승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보고싶다는 것으로 시작되었는데, 알고보니 아이 유치원에서 차량을 탑승하고 태권도장에 가기 까지 20-30분을 차량으로 이동하는게 힘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집으로 오는 차량만 이용하고, 태권도장을 갈 때에는 도보로 이동한다.

하원 시간에 나오면 20분 정도의 여유 시간이 있어 가는 길에 간식을 먹고 가거나, 놀이터에서 조금 놀고 간다.

 

운동장에 눈도 있고, 친구도 있으니

놀고 가고 싶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놀다가 보니 태권도에 가는 날이라는 걸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제 가야할 시간이라고 하자 더 놀고 가고 싶다고 했다. 

태권도에 가야한다고 하니 가기 싫단다. 

 

같이 놀던 친구들도 집으로 간다고 이동하기 시작했고, 

뒤 따라 나오게 되었다. 

그렇게 태권도 가는 길을 나섰다. 

 

가는 길에 장터가 열리는 날이라 주전부리를 사먹기로 했다. 

그런데, 항상 먹던 분식집이 눈이 많이 와서였는지 열리지 않았다. 

결국 간식은 먹지 못한채 태권도 장으로 향했다. 

 

그러다 태권도장 인근에 다다라 아이가 또다시 이야기 했다.

"엄마, 나 태권도 가기 싫다. 안가면 안돼?"

 

오늘은 가야하는 날이니 가야한다고 말했다. 

 

갑자기 아이가 소변이 마렵다고 성화였다. 

바로 앞이 태권도 장이니 얼른 들어가 화장실을 가자고 했다. 

당장이라도 소변이 나올것만 같다고 성화를 부렸다. 

 

그렇게 급하면 유치원에서 하고 나오지....

 

결국 아이는 참지 못하고 바지에 실수를 하고 말았다. 

태권도장은 갈 수가 없었다. 

부득이 관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마침 눈이 많이 와서 눈놀이 하는 아이를 보았으니 핑계도 좋았다. 

 

"관장님 안녕하세요. 태권도장 가는 길에 아이 바지가 많이 젖는바람에 가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내일 보내도 괜찮을까요?"

 

아이는 원하던 태권도장 가지 않는 것을 얻었다. 

나는 다음엔 여벌옷도 챙겨와야 하는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하원 하기 전에 화장실 여부도 다시 체크하기로 다짐했다. 

 

옷은 젖은채로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불편하게 가게 되었다. 

아이는 날도 춥고 젖은 바지는 불편하고 매우 불쾌한 상태였을 것이다. 

 

가는 길에 배도 고팠는지 호떡을 먹고 싶단다. 

바로 앞에 있던 가게는 너무 줄이 길어 길 건너에 있는 가게로 가기로 했다. 

 

길을 건너 가게에 도착했는데, 여기도 기다려야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아이는 기다려도 괜찮다고 했다. 

그렇게 수 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사실 아이 손에 들려있던 눈 덩이가 계속 신경이 쓰였다. 

떨어질 듯 말 듯 들려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안떨어진다며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 호떡값을 계산하려다 그만 내가 아이를 살짝 건드리게 됐다.

그 바람에 아이 손에 있던 눈덩이는 땅으로 떨어져버렸고, 아이는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둘째를 아기띠로 메고 있고, 첫째는 울고 있고, 호떡은 받아야하고

아주 그냥 다 때려치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미 떨어진 눈덩이를 되살릴 수는 없고, 

아이가 하도 속상해하니 주인아주머니는 오뎅꼬치를 챙겨주셨는데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다 보니 그다지 효과는 없었다. 

 

그렇게 우리의 호떡이 나왔고,

눈물의 호떡을 들고

눈물바다를 헤엄쳐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호떡은 내가 삼킨 눈물, 아이의 눈물 모두를 끌어안은채

나의 고단함을 더해 아이의 입속으로 무사히 들어갔다.  

 

잊을 수 없는 눈물의 호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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